난 평소 술을 찾아다니지 않지만, 회식엔 빠지지 않는 프로참석러였다. 술자리는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극대화시키고, 직장생활의 권태나 고통을 잊게 할 수 있는 생명수라고 여겼던 사람이었다. 특히 작년엔 직장사람들과 술도 꽤 마셨고, 우리 집도 오픈해서 안주도 만들고 술판을 벌인적도 있었다. 이왕 회식하는 거 즐기기 위해 이벤트도 준비했었다. 노래방 마이크 2개를 구입 후 스몰 노래방 만들기, 술자리카드구입 등등. 잦아지는 회식으로 몰랐던 나의 주사도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거하게 취하면 블루투스 마이크로 노래방을 꼭 해야 하고, 초대한 사람들에게 요리를 열심히 만들어 먹고문을 시키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나눠줬다. 그리고 욕도 서슴없이 내뱉고, 가끔 멱살도 잡았다. 한번 마시면 절제를 하지 못해 필름 끊기는 일은 다반사, 자고 일어나면 두 무릎과 손바닥에 온통 멍투성이였던 날도 있었다. 숙취에 호되게 당해 술은 다신 쳐다지 보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붉은 멍자국 따위는 잊은 채 꽐라가 돼버린다. 이 악순환이 반복이다. 결국 이왕 마실 거 덜 취하고, 숙취도 덜 하기 위해 히말라야 숙취해소약도 공동구매해서 먹기 시작한다. 약의 효능 때문인지 더욱 폭주하는 나날이 많아졌다. (꾸준한 임상실험결과 히말라야 숙취 효과는 좋음!👍🏻)
그러나 결정적으로 술을 끊은 계기가 생겼다. 3월이라 환영식을 하고, 우리 집에서 3차를 했다. 이날도 히말라야 숙취해소알약을 2알이나 먹은 상태였다. 벌써 거하게 취해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내가 몇몇 사람들을 포박한 채 우리 집으로 데려갔다. 기억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목격자들의 말을 유추해 본다. 내 머리에 기억이 전혀 없는 시간을 퍼즐 맞추듯 끼워본다. 사진처럼 몇 장면이 스치듯 생각나지만 뭔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날도 요리를 했는지 거실 바닥에 깨들이 흥건했다. 술에 취해 기억은 잃었지만 아침은 반드시 찾아오는 법. 최악의 현실을 마주한 채 힘겹게 출근을 준비해야 했다. 내가 덮고 자던 이불에 베개에 토들이 잔뜩.. 화장실 변기는 물론 내 옷에도.. 토세상 저세상 처참한 토부림 참상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 너 왜 사니? 🤯 많이도 처먹었더라 😤 아무리 마셔도 이불에 토한 적은 없었건만 이런 내가 너무 싫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금주를 선언했다. 술 마셨던 즐거움은 잠시뿐! 매번 나에게 마이너스였다. 직장사란들에게 벌써 욕쟁이 술또라는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알코올이 이렇게 무섭다ㅋ 사실 솔직 말하자면 20대 때 술 먹고 필름 끊겨 최신 아이폰 잃어버려, 비싼 핸드백 및 지갑 잃어버려🫠 취한 채 버스정류장에서 널브러져 있는 나를 경찰아저씨들이 집까지 데려다준 적도 있다. 이때부터 주사의 끼가 보이기 시작했던 거 같다. 내 지난 술또의 한심한 날들을 다시 반성하며 술을 끊어야겠다는 다짐을 불태워본다. 이 다짐들도 수없이 했고, 역시나 전혀 믿지 못하는 주위사람들에게 술자리에 부르지 말라고 선포했다. 술 먹다 걸리면 10만 원 벌금도 내기로 했다. 100만 원으로 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말 백만 원 내야 할까 봐 10만 원으로 합의했고, 술 먹고 전화해도 10만 원 벌금빵을 내기로 했다. 이번엔 다르다. 또 술 마시면 넌 사람새끼 아니야 나 자신한테 평생 술 안 마시기로 형벌을 내렸다. 그 좋아하는 막걸리빵도 안 먹을 각오로 비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