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
이생각 저생각 온 갖 잡생각에 갈피를 못잡고 있는 내 요즘 상황이다.
남자친구와 결혼얘기는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할꺼같다. 미루고 미뤘던 오빠엄마와의 만남을 미루지 말라는 부탁이 점점 옥죄어 온다. 사실 나는 만고땡 자유롭게 살고 싶기도 하고 오빠랑 알콩달콩 깨소금 뿜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기도 하다. 차라리 물건이라면 이리저리 따져보고 뭐가 좋을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겠건만 38년 내 인생이, 삶의 정답이 쉽게 풀리지가 않는다. 마흔을 바라보는 어쩡한 내 위치가 결혼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변할까?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정규직은 아니다.
미혼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에도 노산이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모아둔 돈도 없는데 그 돈마저 주식에 날렸다.
내 몸 누일 집한채 없다.
일 그만두고 해외봉사하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살고 싶다.
모든것들이 어정쩡한 내가 요즘 그렇게 무능하게 느껴져 암흑의 지하동굴로 들어가 기어나기도 한다.
결국 이 어정쩡함이 결혼으로 완벽해 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한방에 정리가 된다.
결혼 하지 않는다면 나 혼자 하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는 있을텐데
결혼 하고 싶기도 또 하고 싶지 않기도 오락가락 정신분열 오기 직전
중국집에도 짬짜면이 있듯이 결혼도 반쪽 결혼이 있다면 어떨까? 비혼은 싫으니깐
여전히 난 만고땡 자유롭고 싶다
자유롭자하면 돈이 필요하지
돈이 많으면 여기저기 떠돌며 여행하고 싶다가도
혼자만의 시간도 잘 보냈지만 문득 사무치는 외로움도 감당이 안될때가 있으니. 누군가의 사랑을 담뿍 받고 싶은 어린애같아서 마냥 해외에서 잘 지내지 못할꺼 같기도 하다. 실제로 콜롬비아에서 2년 살아봤는데 극도의 외로움이 사무친다. 그 땐 결혼이 미치도록 하고 싶었다. 머나먼 이국땅 혈연단신 지냈기에 따뜻하고 아늑한 가족이 절실하고 부러웠다.
결혼으로 마냥 떠나고 싶은 마음도 정리되고 정착하고 싶기도 할까 하다가도 혼자 설 수 있는 뿌리가 단단하다면 혼자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예전부터 결혼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결. 혼. 꼭 해야할까?
반면 내 주위에 결혼한 몇 몇은 가끔 불행해보인다. 우리부모님도 그 중 한 몫한다. 물론 나름의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고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과연, 결혼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부모님의 모습 때문일까?
이직을 자주했던 남친 때문일까?
아님 혼자만의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을 수 있는 두려움 때문일까?
임금님귀는 당나귀귀~귀
말하고 싶은데 누군한테도 들려주고 싶지 않아
여기에다 끄적끄적해본다.